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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을 물리친 김시습 — '느린 밤, 잠드는 이야기' 각색본

옛날, 중국에서 조선으로 사신을 보내겠다는 통첩이 왔습니다. 그 시절 중국 사신들은 조선에 올 때마다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애를 먹이는 일이 많았기에,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나라를 곤란하게 할지 조정에서는 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무렵, 훗날 매월당이라 불리게 될 김시습은 아직 일곱 살의 어린아이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조정에서 작은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이 걱정스러운 소식을 이야기하자 어린 김시습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시다면 제가 그 사신을 도로 돌려보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

그러나 김시습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나라에 한번 여쭈어 보십시오."

결국 아버지는 반신반의하며 조정에 나아가 아들의 말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마침 사신 걱정으로 시름에 잠겨 있던 임금은 어린아이의 당돌한 말이라도 반갑게 여겨, 한번 시켜 보라 허락하였습니다.

사신이 도착하기로 한 날, 일곱 살의 김시습은 미리 압록강변까지 나가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사신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와 말에 올라탈 때, 마부가 버드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 채찍으로 삼으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신이 문득 시 한 구절을 읊었습니다.

"천 리를 갈 말이 채찍을 얻었구나."

그때 갈대밭에서 놀고 있던 어린 김시습이 조용히 그 뒤를 이어 대꾸하였습니다.

"꾀꼬리가 봄가지 하나를 잃어버렸구나."

사신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지은 구절에 어린아이가 이토록 절묘하게 대꾸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신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너는 어디 사는 아이냐? 글을 배웠느냐?"

김시습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글을 따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저 서당 뒤에서 다른 아이들이 글 읽는 것을 구경했을 뿐입니다."

사신은 속으로 크게 걱정이 되었습니다. '글도 배우지 않은 아이가 이 정도라면, 진짜 글을 배운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뛰어나단 말인가.' 그는 아이의 재주를 한 번 더 시험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다시 한 구절을 지을 테니, 또 대꾸해 볼 수 있겠느냐?"

"해 보십시오."

사신이 읊었습니다.

"복숭아꽃이 땅에 떨어져도 토닥 소리조차 나지 않는구나."

그러자 김시습이 곧바로 이어 대답했습니다.

"달그림자가 물에 잠겨도 퐁당 소리조차 나지 않는구나."

사신은 그 대답을 듣고 몹시 놀라, 더는 이 나라에서 트집을 잡을 수 없겠다고 여겼습니다.

"이대로 조선에 들어갔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신은 그 길로 발길을 돌려 되돌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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