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돌아가기

🌙 눈을 감고 편안하게 들어보세요

사신 간의 수화
한국구비문학대계 수록 설화 — 서울 도봉구 채록본

옛날 어느 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에서 손으로 말을 나누는 대결을 하러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손짓만으로 뜻을 주고받는 대결이었습니다. 이 대결에 응할 사람을 구하는 방이 사방에 붙었습니다.

장소는 압록강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온 사신은 강 저쪽에 서고, 그 뜻을 받아 대답할 사람은 강 이쪽에 서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누가 나서겠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한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나라에서는 이 사람을 데려다가 정성껏 대접하였습니다. 좋은 옷을 입히고 말에 태워 압록강으로 보냈습니다.

압록강으로 가는 길, 마침 배가 고팠던 그는 길가에 곱게 만들어 놓은 개피떡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이것 좀 사 먹고 가야겠구나."

그는 개피떡 다섯 개를 사 먹고서야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강 건너편에서 중국 사신이 손을 들어 올렸습니다. 하늘의 이치를 아느냐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람도 아마 떡을 사 먹고 왔겠구나. 그런데 저 사람은 둥근 모찌떡을 먹었을 것이다. 나는 모난 개피떡을 먹었으니, 이렇게 들어야겠다.'

그는 손을 들었습니다. 사신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놀랐습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뜻을 정확히 알아맞힌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사신은 첫 판을 진 것으로 여겼습니다.

사신은 이번에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습니다. 세 가지 벼리, 즉 삼강을 아느냐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람은 떡을 세 개 먹었나 보다. 나는 다섯 개를 먹었으니.'

그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습니다. 다섯을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사신은 이번에도 자신이 진 것으로 여겼습니다. 삼강을 넘어 오륜까지 알아맞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신은 두 번을 지고 나서 수염을 가만히 쓰다듬었습니다. 옛 신의 이름 중 하나를 가리키려 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모습을 보고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람이 떡을 배불리 먹고 좋아서 수염을 쓰다듬는구나. 나도 배가 부르니 배를 문질러야겠다.'

그는 배를 슬슬 문질렀습니다. 사신은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이 가리킨 신의 이름에 이어 또 다른 옛 성인의 이름까지 알아맞히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사신은 마침내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습니다.

'이 사람과 계속 겨루어 봐야 나만 밑질 뿐이구나.'

사신은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배고픔을 채우려던 마음 하나로 큰 지혜 대결에서 이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벼슬 하나를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