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
이때 한림 장화는 애황의 혼사를 이루지 못하고, 대봉의 부자가 적소로 감을 보고 분기충천하여 울기를 참지 못하더니, 일로조차 병이 되어 병석에 눕고 일지 못하매 이내 세상에 유치 못할 줄을 알고, 좌수로 부인의 손을 잡고 우수로 애황의 손을 잡고 체읍낙루 왈,
"인명이 재천하여 어길 길이 없어 황천지객이 되어 조석 종신하거니와, 시랑 부자는 수중 고혼이 될 것이니 가련코 원통하도다. 여아의 일생이 더욱 가련코 한심한지라. 애황이 남자가 되었던들 황천에 돌아간 애비 원통한 분을 풀 것을, 네 몸이 아녀자라 내 가슴에 맺힌 분한 것이 어느 때에 씻칠쏘냐."
하며 부인을 당부하여 여아를 생각하사 선영을 봉행하고 매사를 선심하여 여아를 선도하와 욕급 선영 말게 하오.
"애황아, 눈을 어찌 감고 가랴."
손을 잡고 낙루하며 인하여 별세하니, 또 부인 소씨 정신이 아득하여 명재경각이라.
"애황아, 네 신세 박명이 자심하다."
하시며 인하여 별세하시니 불쌍토다. 애황 소저, 일일내로 부모가 구몰하시니 일신이 무의로다. 일가 망극하여 곡성이 진동하더니 애황 소저 망극하여 기절하거늘, 비복 등이 구완하여 인사를 차려 초종 예를 갖추어 선산에 안장하니 규중 여자 장부를 당할레라.
세월이 여류하여 소저의 연광이 이팔이라. 옥안운빈과 설부화용이 금세에 쌍이 없는지라. 비록 여자로되 면목이 웅장하여 단산의 봉의 눈은 두 귀밑을 돌아보고, 청수한 골격이며 성음이 웅장하되 산호채를 들어 옥반을 끼치는 듯하고 지혜 활달하매 소저에 쌍이 없는지라. 총명한 그 자색을 뉘가 아니 칭송하리. 이러므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리로다.
이때 우승상 왕희 한 아들을 두었으니 그 이름은 석연이라. 풍채 늠름하고 문필이 과인하니 명망이 일국에 진동한지라. 승상이 각별 사랑하여 구혼하되 석연의 짝이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하더니, 애황의 덕색을 포문하고 장 한림의 육촌 장준을 청하여 대접한 후에 가로되,
"그대의 종형이 일찍 기세하매 가중 범사를 주장할지라. 나를 위하여 매파 되어 아들 석연으로 더불어 그대 종질녀와 혼사를 이루게 하라."
하니, 장준이 기꺼이 허락하고 집에 돌아와 그 처 진씨를 보내어 언어 수작하다가 혼사하자는 사연을 전하니, 소저 염용 대왈,
"숙모는 나를 위하여 감격한 말씀으로 개유하옵시나, 부모님 생존시에 모란동 이시랑 아들과 정혼하였사오니 차사를 행치 못하겠나이다."
하거늘, 진씨 무료히 돌아와 소저의 말을 장준에게 전하니 장준이 친히 소저에게 가매 소저 영접하거늘 장준이 소저 다려 일러 왈,
"부부유별은 인륜의 당당한 일이라. 슬프다, 인생이여 인사가 변복하고 조물이 시기하여 형님이 일찍 기세하시매 친척이 다만 너와 나뿐이로다. 내 너를 위하여 봉황의 짝을 구하더니 우승상 왕희의 아들 석연은 문필을 겸전하고 영풍호걸이 짐짓 너의 짝이라. 너는 고집하지 말고 천정을 어기지 말지어다. 또 이시랑 부자는 만리 적소로 갔으니 사생을 어찌 알리요. 사지에 간 사람을 생각하여 세월을 보낼진대 홍안이 낙조되며 무정세월 약류파를 자탄할지라. 홍안이 점쇠하고 백발이 난수하면 무슨 영화 보랴."
하고 여차 등설로 만단 개유하니 소저 대왈,
"팔자 기박하와 부모를 여의고 일편단신이 혈혈무의라. 불가한 행실을 할지라도 옳은 일로 인도함이 옳사옵거늘, 하물며 왕희는 날로 더불어 원수이거늘 소인을 아첨하여 고단한 조카를 유인코자 하니 극히 미안하나이다. 이후부터는 내 집에 투족을 마옵소서."
하니, 장준이 소저의 빙설 같은 절개를 탄복하고 돌아와 승상을 보고 전후 수말을 하니, 승상 왈,
"아무쪼록 주혼하라."
하더라. 장준이 한 꾀를 생각하고 왕희와 의논한대, 왕희 대희하여 길일을 받고 장준으로 더불어 언약을 정하더라.
각설.
이때 대봉 부자 해중에 빠졌더니 서해 용왕이 두 동자를 불러 왈,
"대명국 충신 이익과 만고 영웅 대봉이가 소인의 참소를 만나 적소로 가다가 수중에 죽게 되었으니 급히 가 구안하라."
하시니 두 동자 일엽표주를 타고 서남으로 좇아 가니라.
이때 시랑이 물결에 밀려 한곳에 다다르니 밤이 이미 삼경이라. 혼미 중에 바라보니 동남 대해로서 한 동자 일엽편주를 타고 풍우같이 오더니 시랑을 건져 주중에 싣고 위로하거늘, 시랑이 정신을 진정하여 동자에게 사례하니 동자 답왈,
"소자는 서해 용왕의 명을 받아 상공을 구하오니 다행이로소이다."
하며 순식간에 한 곳에 배를 대이고 내리기를 청하거늘 시랑이 좌우를 살펴보니 만경창파 너른 물에 한 섬이 있는지라.
"예서 황성이 얼마나 하뇨."
동자 답왈,
"중원이 삼천 리로소이다."
시랑이 배에 내리매 동자 하직하고 살같이 가는지라. 섬에 들어가니 과목이 울밀한지라. 과실로 양식을 삼고 죽은 고기를 주워 먹고 해상 무인처에 냉풍은 소슬한데 산과목실에 다 명을 붙여 세월을 보내며 처자를 생각하여 울음으로 일을 삼더라.
이때 대봉이 수중에 빠져 인사를 잃고 풍랑에 밀려 떠나가니 대봉의 귀한 몸이 명재경각이라. 남대해로서 난데없는 일엽편주 살같이 떠오더니 대봉을 급히 건져 올리거늘, 이윽히 진정하여 동자를 살펴보니 벽수청의에 예월패를 차고 좌수에 금광 옥결을 쥐고 우수에 계도난장을 흔들고 앉았거늘, 대봉이 일어나 동자에게 사례 왈,
"동자는 뉘시관대 죽을 인명을 구하느뇨."
동자 답왈,
"서해 용궁이옵더니 왕명을 받자와 공자를 구하나이다."
대봉이 치사 왈,
"용왕의 덕택과 동자의 은덕은 백골난망이라 어느 때에 만분지일이나 갚사오리이까."
하며 문왈,
"이곳 지명을 알지 못하오니 동자는 가르치소서."
동자 답왈,
"이 땅은 천축국이라."
하며 내리기를 청하거늘 대봉이 배에 내려 문왈,
"어디로 가야 잔명을 보전하리이까."
동자 답왈,
"저 산은 금화산이요, 그 안에 절이 있으되 절 이름은 백운암이라. 그 절을 찾아가면 구할 사람이 있사오니 그리로 가소서."
하고 배를 저어가거늘, 동자 가르치는 길로 금화산을 찾아가니 백운은 담담, 명산이요 물은 잔잔, 별건곤의 나무나무 피는 꽃은 가지가지 춘경이라. 청계는 동구에 흘러 극락세계 되어 있고 층암절벽은 반공에 솟았는데 청학 백학은 쌍쌍이 왕래하고, 유의한 두견성은 내 수심 자아낸다. 산수도 좋거니와 부모를 생각하니 좋은 풍경 회포 되어 눈물을 금치 못할레라.
사문에 당도하니 황금 대자로 뚜렷이 썼으되 '금화산 백운암'이라 하였거늘, 석양의 바쁜 손이 주인을 찾더니, 한 노승이 구폭가사에 팔각건을 쓰고 구절죽장을 짚고 나오더니 동자를 맞아 예필 후에 존객이 누지에 왕림하시거늘 구원하더라.
Hippuf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