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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오디오북 팟캐스트: 어전의 고마운 쥐

도입부

안녕하세요, 느린 밤 잠드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머리맡에 놓아둘 이야기는, 소설가 김동인 작가가 정리한 야담, 〈어전의 고마운 쥐〉입니다.

길고 길었던 귀양살이 속에서도 학문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선비, 유희춘의 삶과 그의 지혜를 밝혀준 작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이제 편안한 자세로 누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세요. 가장 평온한 밤이 여러분 곁으로 찾아옵니다.

본 이야기

조선의 제12대 임금인 인종대왕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우인 경원대군이 겨우 열두 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니, 이분이 바로 명종대왕이십니다.

백성들은 새 임금의 덕을 바라면서도, 떠나간 선왕을 잊지 못해 온 나라가 슬픔의 울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조정의 분위기는 서늘하기만 했습니다. 불길한 폭풍우가 몰려올 것처럼, 몇몇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번지며 어두운 그림자가 깊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다름이 아니라, 조정 안에 '대윤'과 '소윤'이라는 두 당파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인종대왕의 외삼촌인 윤임을 따르는 무리를 '대윤'이라 불렀고, 명종대왕의 외삼촌인 윤원형을 따르는 무리를 '소윤'이라 불렀습니다.

이 두 사람은 본래 형제와 다름없는 두 임금의 외삼촌들이었지만, 나라를 위하는 마음보다는 사소한 말썽과 이간질로 서로를 밀어내기 바빴습니다. 결국, 이 고약한 입버릇에서 시작된 별명이 커다란 당파의 싸움으로 번진 것이었습니다.

윤원형은 천성이 간악하여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직하고 공평하게 정사를 돌보아 선왕의 총애를 받았던 유관, 유인숙, 윤임 같은 세 사람을 몹시 시기했습니다.

마침 인종대왕이 승하하고 어린 명종대왕이 즉위하자, 윤원형과 그의 무리는 이를 기회로 삼아 음흉한 계책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명종대왕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눈을 가리고, 총애하는 첩 난정을 대궐 안팎으로 보내어 유언비어를 퍼뜨렸습니다.

어느 날, 대궐 내전 뜰에 고약한 한글 편지 한 장이 떨어졌습니다. 그것은 윤원형이 윤임의 무리를 역적으로 몰아넣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편지였습니다. 편지에는 윤임과 유관 등이 명종대왕을 폐위하고 다른 왕자를 추대하려 한다는 무서운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거짓 편지를 본 문정왕후는 크게 분노했고, 결국 을사년 8월, 조정의 큰 피바람인 '을사사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윤임과 유관, 유인숙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참히 처형되었고, 수십 명의 선비들이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소용돌이 속에는, 성품이 온화하고 정직하기로 유명했던 선비 유희춘도 있었습니다. 유희춘은 글을 읽고 학문을 닦는 것 외에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저 올곧은 학자였습니다.

일찍이 윤원형 일파가 찾아와 윤임을 깎아내리는 대론을 일으키자고 청했을 때, 유희춘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나라의 체면을 상하게 하고 임금의 덕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할 수 없다며 그들을 꾸짖었던 것입니다.

이 일로 유희춘은 윤원형 일파의 눈에 모진 가시가 되었고, 결국 양재역 벽서 사건이라는 또 다른 음모에 휘말려 관직을 빼앗긴 채, 멀고 먼 제주도로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유희춘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흐려진 한양의 하늘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삼킨 채, 묵묵히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얼마 후, 그를 미워하던 무리들은 유희춘이 세상 소식을 듣지 못하도록 찬 바람이 살을 저미는 북쪽 끝, 함경도 경성 땅으로 적소를 옮기게 했습니다. 거친 바다 위에서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유희춘은 태연히 말했습니다. "나라에 죄를 짓지 않은 몸을, 물귀신인들 어찌 해하겠는가."

무사히 경성에 도착한 유희춘은 적적하고 추운 그곳에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성현들의 좋은 글귀를 외워내어 책을 만들고, 그곳의 무식한 사람들을 정성껏 가르쳤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선비들이 늘어났고, 유희춘의 은혜를 칭송하는 소리가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남편과 생이별을 한 지 어느덧 십 년. 고향에 남겨진 부인 최씨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쓰라림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죽어도 남편의 곁으로 가리라."

결심한 부인은 짚신을 신고 북쪽을 향해 걸었습니다. 거친 마천령 꼭대기에 올라 푸른 동해를 내려다보며, 애끓는 시 한 수를 읊조린 부인은 마침내 남편이 있는 적소에 닿았습니다.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그곳에서 또다시 십구 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견뎌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명종대왕이 세상을 떠나고, 선조대왕이 새로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선조대왕은 즉위하자마자 가장 먼저 유희춘을 불렀습니다. 유희춘이 죄가 없음을 알고 있었고, 또 그의 높은 학식을 깊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십구 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고 대궐로 돌아온 유희춘은 임금의 곁에서 정성을 다해 학문을 강론했습니다.

어느 날, 선조대왕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시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때마침 쥐 한 마리가 어전을 살금살금 지나갔습니다. 왕은 쥐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습니다. "쥐라는 짐승은 생김새도 못나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데, 어찌하여 열두 동물 중 가장 첫 자리에 놓았는가? 경들은 그 까닭을 아는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러 문신들은 그저 황송해하며 고개를 숙일 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왕은 유희춘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습니다. 유희춘은 차분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습니다.

"전하, 거기에는 깊은 연유가 있습니다. 쥐의 앞 발가락은 네 개이고, 뒷 발가락은 다섯 개입니다. 음양학에서 짝수는 음에 속하고, 홀수는 양에 속합니다. 한 몸에 이토록 음과 양이 함께 있는 짐승은 쥐 외에는 드뭅니다. 본래 밤이 깊어 밤 열두 시가 되면 어두운 음기는 사라지고, 새로운 양기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쥐가 십이간지의 첫 자리가 된 것은, 음에 속하는 앞발을 내디딘 뒤, 양에 속하는 뒷발을 내딛는 형상을 취한 것입니다. 즉, 밤 열두 시에 새로운 양기가 피어나는 이치를 담은 것입니다."

유희춘의 해박하고 막힘없는 설명에 대궐 안의 모든 신하들이 감탄했습니다. 선조대왕 역시 크게 기뻐하며 칭찬했습니다. "경은 과연 들은 것이 많고 박식하구나. 내가 참으로 훌륭한 스승을 얻었도다."

왕은 그 자리에서 유희춘에게 높은 관직을 내리고, 중요한 학문적 책임을 맡겼습니다.

귀양지에서의 고단했던 이십 년 세월이 마치 한바탕의 꿈처럼 흩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임금의 앞을 지나갔던 그 작은 쥐 한 마리가, 유희춘에게는 지난 상처를 씻어주고 영광을 되찾아 준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된 셈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유희춘은 아내 최씨와 손을 맞잡고, 기쁨의 눈물과 함께 커다란 웃음으로 다가온 봄날을 맞이했습니다.

마무릿말

올곧은 마음으로 긴 밤을 견뎌내어 마침내 따뜻한 봄을 맞이했던 유희춘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우리 삶의 어두운 밤도, 언젠가는 양기가 피어나는 밤 열두 시처럼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편안한 숨을 내쉬며 깊은 잠에 빠져보세요.

밤이 깊었습니다. 고운 잠 청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